[독후감] 살 때, 팔 때, 벌 때 (강영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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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바라듯이, 금리를 내린다면 주가는 올라가는 게 아니라 급하게 빠져버린다. 이것은 분명한 역사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금리가 너무 높으므로 불경기가 오면 Fed가 금리를 다시 낮출 것이고, 그럼 유동성 장세가 와서 더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그러니깐 지금 당장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앞의 그래프를 보았다면, 그런 얘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p.58

모두가 미국이 금리를 내리는 걸 기다리고 있다. 금리 인하 시기가 되면 주식으로 돈이 몰린다고 한다. 하지만 왜 금리를 내리는지는 잘 얘기하지 않는다. 금리 현황을 중계하며 내리기만을 기다린다. 왜 금리를 내릴까? 금리를 안 내리면 안 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급격하게 빠지는 것이다. 저자가 이런 해석을 하는 YouTube 영상을 보고 책을 샀다. 책이 YouTube보다는 신호 대 잡음비가 높아서다.

장이 다 빠지고 불황이 오면 어디에 투자해도 된다. 부동산을 해도 되고 주식을 해도 되고 채권을 해도 된다. 다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자산 가격이 충분히 하락한 경기침체기에 도달하면 돈이 없다. 이 지점은 바로 현금을 어떤 형태든 투자 자산으로 바꿔야 하는 시기다. 현금 비중을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까지 만들어야 하는 구간이다. 돈이 없으면 은행에서 빌리면 되지 않을까? 은행에서 안 빌려준다. 오히려 빌려준 돈 갚으라고 연락이 온다. 불황이 오면 은행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도 돈이 없어서 빌릴 수가 없다. 부모님이나 일가친척들도 다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다들 돈이 부족한 상태, 그게 바로 불황이고 경기침체다.

이때 현금이라든가 현금 등가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못 사는 가치 있는 자산을 싸게 살 기회를 얻기 때문에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신나지 않는가? 10년마다 한 번씩 그런 기회가 열린다.

p.254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이다. 주식 시장은 그냥 움직이는 게 아니다. Fed가 유동성을 풀어 흐름을 만든다. 시장이 원하는 유동성을 정확히 계산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긴축과 확장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살 때와 팔 때가 있다. 시장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다가 대세 상승장일 때, 주식을 사면 된다. 필요한 건 조바심을 이겨낼 수 있는 공부밖에 없다.

반대로 65개월 주기 그래프가 하락하는 시기는 욕심부릴 때가 아니다. 쥐 죽은 듯 조용히 관찰하고 자산을 지켜야 할 때다. 2023년을 막 맞이한 현재 주황색 점선의 맨 끝에서 올라가는 걸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이클을 보면 여기서 몇 개월 더 늦게 들어가도 된다. 올라가는 사이클만 3~4년이다. 그러니까 몇 달 상승세를 확인하고 늦게 들어가도 그 뒤로 몇 년은 더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p.60

시장에 계속 있어야 하는 이유는 전체 수익률을 결정하는 대상승을 놓치면 전체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걸 예측할 수 없으니 계속 시장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논리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일 년이 아니라 더 긴 호흡을 갖고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계속 시장에 있기보다는 떨어져 있다가 확실한 신호들이 오면 올라타는 식이다. 65개월 주기라니 이정도 주기면 시장 밖에서 관찰해도 된다. 퀀트의 계절성도 여기서 파생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동 매매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도 여러 개 얻었다. 다만 그럴듯하지만 어떻게 투자했을 때, 이런 방법으로 수익률이 얼마나 나는지는 계산하지 않았다. ’증권사 신용 담보 부족 반대매매 속출’ 기사가 나오면서 3~4개월마다 한번 씩 급락할 때마다 10%씩만 먹어도 연간으로 30~40%를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과거의 차트를 보면 이렇게 쉽게 계산할 수 있지만 실제 백테스팅을 했을 때, 이렇게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디어를 줬으니 백테스팅으로 검증한 후 투자해도 괜찮겠단 생각을 했다.

밑줄

  • 실업률이 상승하게 될 때, 주식과 채권의 6:4 비율 합산 수익률 수치도 함께 내려간다. 아주 단순하고 강력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단기 실업률이 개선되면서 채권과 주식의 합산 수익률이 매우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언제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에 대한 대답은 실업률이 치솟았을 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그냥 실업률이 최고치로 치솟다가 하락하기 시작할 때 주식이나 채권을 분산하여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p.32
  • 결론은 아주 심플하다. 매크로적인 뒷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투자하면 된다. 내가 돈을 벌고 싶을 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언제가 됐든 시장에 들어왔다면 신의 계시와 같은 징조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가, 시장의 신호가 관찰되면 과감하게 투자를 시작하면 된다. p.35
  • 수익은 매수와 매도를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매수만 잘하면 수익은 결정된다. 이게 핵심이다. 매수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매우 단순하다. 그냥 매수하는 횟수를 늘려주면 된다. 단 그냥 일정한 시기에 매수만 나눠서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타임스팬(시간의 길이, 기간평균)을 길게 하면서 시간분할매수를 하는 것이다. p.86
  • 예를 들어, 1억 원을 계속 들고 있다가 3~4개월에 한 번씩 급락할 때마다 지수 ETF를 매수해서 들고 10%씩만 먹고 팔아도, 연간으로 보면 30%~40%가 나온다. 어렵지도 않다. ’증권사 신용 담보 부족 반대매매 속출’이라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그렇게 윗방향으로 지수만 샀다 팔았다 하면 된다. p.92
  • 다음 그래프를 보면, 박스로 표시된 곳은 신용 잔고가 급격하게 줄어든 때를 나타내는 것이다. 신용잔고는 금융투자협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스로 표시된 부분은 보통 최소 5%에서 많게는 15%의 지수가 올라간다. 평균 9.5% 정도 된다. 저 7번의 기회 중에서 큰 것으로만 4~5번 성공했다고 하면, 대충 40~50% 수익을 거두게 된다. p.93
  • 지수가 큰 낙폭을 보일 때 분할해서 ETF만 그냥 매수해도 되는데 그깟 5%, 10% 이삭 줍기 하는 것으로 언제 부자가 되겠느냐고 한다. 금리가 치솟는데 미래를 짊어질 성장주에 돈 때려박고 기다리면 다시 성장주 사이클이 올 때까지 5년이고 10년이고 기다려야 하고, 운이 안 좋으면 유상증자를 맞아서 추가 자금을 납입하고 크게 물리게 될 것이다. p.94
  • 우리가 투자하는 주식 시장은 Fed의 정책이 만들어낸 신용에 의해 조절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해서 주식 시장에 들어오는 돈은 결국 다 빚이라는 얘기다. 그 빚의 값, 즉 이자가 싸면 더 많이 들어오고 비싸면 덜 들어온다. 그래서 시장이 오르기도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p.121
  • 여의도가 사랑하는 금융 지표를 하나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 이 M2라고 말할 것이다. M2는 통화량을 측정하는 지표 중에 하나인데, 증시는 이 유동성에 매우 진지하다. 유동성이 대규모로 공급되면, 조만간 주식 시장은 큰 추세를 돌려 상승세로 돌아설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Fed가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해주기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M2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GDP 증가율 대비 M2의 초과 증가율이 증시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p.133
  • 유동성을 체크하는 다른 지표로는 크레디트 임펄스(Credit impulse)가 있다. 크레디트 임펄스는 국채, 환율을 주식 시장 PER 및 신용 시장 스프레드를 결합하여 만든 지표로 GDP 대비 % 비율로 측정된다. 더 재미있는 것은 G3(미국, 유럽, 중국) 크레디트 임펄스와 한국의 무역수지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물론 무역수지는 후행이다. p.137
  • CDS(신용부도 스와프) 지표다. 이것은 일종의 보험이라고 보면 된다. 자동차로 보면 26세 미만이나 사고 경력이 있으면 운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가 올라간다. 마찬가지로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는 국가나 기업들의 경우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게 된다. 신용부도 스와프가 상승하면 늘 위기가 터졌다. 유럽 은행에 대한 CDS 프리미엄이 팬데믹 당시보다도 더 높아졌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넉넉하던 달러가 회수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p.153
  • 정크본드 수익률, 하이일드스프레드를 보자. 채권의 등급은 크게 투자적격 등급(investment grade)과 투기 등급(high yield grade)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 채권은 국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채권의 등급에 따라 추가 금리 수준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IG 채권은 1%를 더 내라. HY 채권은 3%를 더 내라 하는 식이다. 그런데 Fed가 긴축을 하고 유동성이 부족하게 되면, 추가 금리 수준이 더 올라간다. 그것을 ’스프레드’라고 한다. 국채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고 IG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 이때 HY채권에 붙는 프리미엄이 급격하게 오를 경우, 리세션이나 증시 급락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 p.154
  • 내가 투자하는 회사가 반도체나 제조업 공정에 들어가는 중간재라고 하면, 그것이 수출되는 나라의 ISM 제조업지수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투자한 회사의 1~2분기 이후의 실적에 대해 추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반도체는 어떨까? ISM 제조업 지표가 나쁠 때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도체 비중에 높은 한국 KOSPI는 결국 ISM 제조업지수가 좋아질 때 투자하면 된다는 얘기가 된다. 복잡할 것이 없다. p.159
  • 고용지표는 신규실업수당 청구, 신규 고용, 시간당 임금, 실업률 등으로 주간, 월간 자료로 발표가 된다. 고용이 잘되면 소득이 생기고, 소득이 소비를 유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 고용 지표는 미국 경제의 태생적 구조로 볼 때 자동차와 집에 큰 영향을 준다. 고용이 되면 3개월 이상 고용이 되었다는 증명서만으로 빚을 내서 집도 사고 차도 산다. 이런 고용 지표가 얼마나 잘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에 따라 경제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이 고용 지표는 경기 후행 지표다. p166
  • 아주 간단한 차트만 봐도, 주식 시장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구간에서는 10년마다 한 번씩 고점에서 맞고 떨어지면서 박스권 등락을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구간에서는 큰 조정없이 지속적으로 Fed 정책의 뒷바람을 받으면서 추세적인 상승을 보이기도 한다. 2013년 이후 주식을 시작한 사람한테는 추세적인 상승이 당연하게 생각될 것이고, 그 이전에 주식을 한 사람들한테는 시장은 본질적으로 언제든 하락해서 다시 박스권 안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이다. p.51
  • 조감도로 시장의 흐름을 본다면, 주식 시장이 정말 그냥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Fed라는 빅브라더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유동성이 알파이자 오메가인 것이다. 이 Fed의 정책과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주식 투자 시기의 결정과 미래 시장의 흐름을 유추하는 데 결정적인 키스톤이 되는 것이다. p.50
  • ’과매수’라고 하면 사지 말아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너무 많이 샀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실제로 보면 RSI 70 이상에서 종목들의 단기 급등이 나오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리고 과매도 상태인 RSI 30 이하에서는 사다고 생각해서 내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싼 상태를 오랜 기간 유지하거나 추가로 하락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실전적인 적용을 할 때는 RSI가 30을 깨고 내려갔다가 다시 30 이상으로 올라오는 시점 … RSI가 70 이상으로 올라가는 시점은 단기적으로 매기가 몰려서 시세가 붙는 구간이니, 같이 따라붙어서 트레이딩을 해야 한다. p.147
  • 대기업들이 하는 사업과 비즈니스만 잘 보면 된다.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다가 이제 비메모리 반도체에 힘을 쓴다면? 그럼 비메모리 종목이 잘될 종목이다. 자동차, 전장 부품, 전기 장비, 전자, 전장 부품이 잘될 거라는 뜻이다. 대기업들의 포트폴리오 중에서 성장이 나오는 것만 따라다니면서 투자하면 큰 실수는 없을 것이다. 대기업의 주식을 사라는 말이 아니라, 대기업이 선정한 포트폴리오를 따라가라는 말이다. 바이오, 비메모리, 2차전지, OLED 등등 산업 전망이나 그 전망을 뒷받침할 실질적인 실행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의 의사결정을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