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돈의 흐름에 올라타라 (홍춘욱,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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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개별주 투자를 하는 것보다 책에서 추천하는 탑-다운 전략이 내게 더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바텀-업 투자가 적중했을 때, 수익이 달콤하지만 기업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공부할 자신이 없다. 탑-다운 전략은 승률이 높지만 지루한 투자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책에서 권하는 탑-다운 투자 전략이 내게 더 맞는 것 같다. 지루하지만 승률이 높은 탑-다운 투자하고 개별 기업 분석에 쓸 시간에 본업에 더 충실해서 몸값을 높이는 게 맞는 방향이라 생각했다.

왜 퀀텀 투자가 매력적인지도 이해가 됐다. 수치상으로 좋은 기업을 골라낼 수 있다면 개별 기업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업을 계산으로만 골라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은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탑-다운 투자는 매력적이지만 수익률이 지루하기 때문이다. 3:7로 퀀텀 투자와 탑-다운 투자를 나눠서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탑-다운 투자만 하기엔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식은 수출 실적에 좌우된다. 미국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미국 경기 변화에 선행하는 지표를 찾고 그걸로 투자 전략을 만드는 게 흥미로웠다. 어떻게 이런 지표들을 다 찾나 신기했다. 전문가들은 다르구나. 우리나라 경제가 미국 경제에 휘둘린다는 건 슬프지만 투자확률을 높일 수 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겠다.

바텀-업(bottom-up) 투자 vs 탑-다운(top-down) 투자

바텀-업(bottom-up) 투자로, 기업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주가가 저평가되었을 때 주식을 매입하는 전략입니다. p33

바텀-업 전략을 꾸준히 밀고 나갈 수만 있다면, 기대할 수 있는 투자성과는 굉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바텀-업 전략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심리적 갈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개별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기업을 골랐다고 하더라도 성과를 내는 데 생각보다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p33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주식을 저가매수를 해야 하는 부담에 못지않게, 바텀-업 투자의 난이도를 높이는 것은 바로 한국의 경제가 수출 중심의 경제라는 것입니다. [.]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2021년 영업이익은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70%를 수출기업들이 차지합니다. 그리고 수출기업의 미래이익을 예상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p36

바텀-업 투자의 마지막 난점은 이미 ’고수’들이 우량기업들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주식시장에는 이 정도의 열정과 정성을 가진 투자자들이 즐비합니다. 그런데 지금 개별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읽기 시작해서 이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p37

주식시장을 ’체급 제한이 없는 격투기’라고 부르곤 합니다. 오늘 어떤 주식을 매입했을 때, 그 주식을 매도한 이가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일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p37

바텀-업 투자를 너무 안일하게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은 잘 아는 분야에 개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섹터 분산이 안 돼서 고민이다. 섹터를 분산하자니 공부해야 하는데,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다.

탑-다운(Top-down) 투자전략이란 경제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자산을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해, 중점적인 비중을 두어야 할 산업이나 투자 스타일을 선택하는 방식의 투자기법을 말합니다. p38

탑-다운 투자전략이 바텀-업 투자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대안이 되는 이유는, 경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판단해서 경기변동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에 투자하며, 시장금리 및 심리의 변화에 맞춰 성장주나 가치주로 옮아가는 전략은 ’한국’처럼 ’경기가 격렬하게 변동하는’ 나라에 잘 어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p38

기업 분석과 주가 평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는 나 같은 투자자에게는 탑-다운 투자전략이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프게 다른 사람 의견에 휘둘려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단 미국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나라 주식 시장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ETF 위주로 투자를 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길 수 있는 투자 전략이다.

탑-다운 스위칭 전략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2021) 책에서도 언급한 ’공급사슬망의 채찍 효과’와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특성을 이용한다. 공급사슬망의 채찍 효과는 ’최종 소비자-소매점-도매점-제조업체-원자재 공급업체’ 쪽으로 갈수록 주문 변동 폭이 커지는 효과다. 소비자로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 시장의 경기를 지표로 삼는다. 미국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가 있으면 우리나라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국내 주식을 팔고 반대되는 자산을 산다. 미국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를 포착하면 반대로 국내 주식을 사고 반대되는 자산을 판다.

한 번에 가장 좋은 결과를 내는 전략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전략을 발전시키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지표 1 지표 2 3개월 연속 상승 3개월 연속 하락
달러/원 환율   한국 주식: 매수 한국 주식: 매도
    외화예금: 해지 외화 예금: 가입
달러/원 환율   한국 주식: 매수 한국 주식: 매도
    미국 국채: 매도 미국 국채: 매수
한국 수출증가율   한국 주식: 매수 한국 주식: 매도
    미국 국채: 매도 미국 국채: 매수
매출액 대비 재고비율   미국 국채: 매수 미국 국채: 매도
    한국 주식: 매도 한국 주식: 매수
미국 소매판매 증가율   한국 주식: 매수 한국 주식: 매도
    미국 국채: 매도 미국 국채: 매수
미국 소매판매 증가율 NAHB 주택시장지수 한국 주식: 매수 한국 주식: 매도
    미국 국채: 매도 미국 국채: 매수
미국 소매판매 증가율 미국 ISM 제조업 가격 지수 한국 주식: 매수 한국 주식: 매도
    미국 국채: 매도 미국 국채: 매수
  • 달러/원 환율: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 한국 수출증가율: 전년 동기 대비
  • 미국 소매판매 증가율: 전년 동기 대비, 3개월 이동 평균
  • NAHB(전미주택건설업협회) 주택시장지수: 3개월 이동 평균
  • 미국 ISM(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 가격 지수: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 3개월 이동 평균

소매판매를 지표로 사용하는 스위칭 전략이 성과가 좋다. 미국 ISM 제조업 가격 지수를 같이 사용하는 듀얼 스위칭 전략이 성과가 가장 좋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 수익률이 1,071%.

한국 수출주와 내수주 스위칭 전략

지표 1 3개월 연속 상승 3개월 연속 하락
미국 소매판매 증가율 한국 수출주: 매수 한국 수출주: 매도
  한국 내수주: 매도 한국 내수주: 매수

2000년대가 내수주의 시대였다면, 2010년대 초반에는 수출주의 전성시대가 열렸죠.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 쇼크처럼 수출 전망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내수주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주와 내수주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미국 국채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올린다는 점에서 최적의 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p125

수출주 지수는 코덱스 반도체(091160)와 코덱스 자동차(091180)를 사용했습니다. [.] 내수주 ETF는 코덱스 은행(091170)과 코덱스 헬스케어(266420)를 사용했습니다. p129

내수주와 수출주의 스위칭 전략은 생각도 못해봤다. 미국 국채와 한국 주식을 스위칭하는 전략들보다 높은 성과를 내는데, 한번 고민해볼 만한 전략이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 수익률이 5,089%다.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 성장주가 어려워지는 이유

더 나아가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며 금리가 상승하는 것도 성장주의 어려움을 가중시킵니다. 기업의 내재가치가 ’미래 발생할 현금흐름의 합계’라고 가정할 때, 올해 벌어들이는 주당순이익(EPS) 1천원의 가치와 내년에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1천원의 가치를 동일하게 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자율이 10%라면 올해의 1천원은 내년에 1,100원으로 불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년에 벌어들일 1천원은 현재가치로 환산해 보면 909원(=1,000원/1.1)으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자율이 10%가 아니라 20%가 되면, 내년에 벌어들일 1천원의 현재가치는 833원(=1,000원/1.2)으로 떨어집니다.

결국 현재의 이익보다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이 훨씬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 즉 성장주들은 금리가 상승할 때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p136

성장주가 부채 비율이 높아서 금리가 올라가면 실적이 안 좋아져서 어려워지는 줄 알았다. 금리가 상승하면 미래 가치에 대한 현재 가치가 떨어져서 성장주가 어려워지는 거다.

자산 배분

마법의 연금 굴리기 (2019)에서 본 퇴직연금 IRP계좌 자산 배분과 비교하면서 읽었다.

  마법의 연금 굴리기 돈의 흐름에 올라타라
주식 TIGER 미국다우존스30 TIGER 미국 S&P500
  ARIRANG 신흥국MSCI(합성 H) ARIRANG 신흥국MSCI(합성 H)
채권 KOSEF 국고채10년 KOSEF 국고채10년
    ARIRANG 미국장기우량회사채
대체투자   TIGER 미국MSCI리츠(합성 H)
현금성 자산 KODEX 단기채권 TIGER 단기채권액티브

퇴직연금 IRP계좌로 살 수 ETF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마법의 연금 굴리기’ 책에서는 대체투자 상품을 IRP계좌에선 빼놨다. 반면 이 책에서는 미국 리츠를 대체투자 상품으로 넣었다. 또한 환노출 미국채를 IRP 계좌에서 살 수 없다는 이유로 미국채는 빼놨는데, 이 책에서는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미국장기우량회사채 상품을 넣어놨다. 좀 더 공부해서 현재 자산 배분을 보강해 볼 생각이다.